오늘은 많은 부모님께서 궁금해하시는 “자폐”라는 질환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드려볼까 합니다.
이 글만 읽으셔도 자폐라는 질환에 대해서 웬만한 수준으로는 다 알게 되실 정도로요.
아이들이 커나갈 때 너무 사랑스럽지만 동시에 부모님들이 불안해하실 때가 간혹 있거든요. 저도 부모기에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우리 소중한 아이가 어떤 질환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자폐스펙트럼은 발달질환 중에서 제일 유명하기도 해서 부모님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발달질환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만큼 오해가 많은 병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발달심리학자로써 이 글에서 자폐스펙트럼에 대해서 지금까지 연구되고 알려진 바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자폐스펙트럼을 흔히들 자스라고 줄여서 말씀하시는데 정식명칭은 자폐스펙트럼장애, ASD(Autism Spectrum Disorder)이고요 저는 이 글에서 ASD라고 쓰겠습니다. 이 ASD라는 명칭이 저 뿐 아니라 전문가들이 제일 선호하는 단어인데요 왜 그러냐면 제일 정확한 표현이라서에요. 자폐증이라고 줄이면 이게 스펙트럼이라는 특징이 너무나 중요한 질병인데 그걸 표현을 안 하는 것이고, 정식 한국어 표현인 자폐스펙트럼장애라고 하면 너무 기니깐요. 왜 스펙트럼이 중요하냐면요, 전문가가 아닌 분들도 어 저 사람은 너무나 뚜렷하게 평범하지 않은데? 하고 판단할 수 있는,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ASD 환자 분도 당연히 있지만요, 같이 학교나 직장 생활하는 분들도 잘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사람도 있거든요. 겉보기에는 엄청 다른 이 분들을 동시에 ASD라는 한 병명으로 묶었어요. 말그대로 이 질환은 스펙트럼이 엄청 넓다는 것부터 이해하셔야 해요. 치료에 있어서도 중요한 개념이거든요.
ASD는 사실 그렇게까지 오래된 병이 아니에요. 어느 정도냐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자폐증으로 진단받은 분이 Donald Triplett라는 분인데 89세의 나이로 불과 최근(2023년)에 돌아가셨어요. ASD는 물론 이전에도 있어 왔지만요. 한 마디로 이런 병이 있다고 개념이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았다라는 겁니다. DSM이라고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기준이 있는데 ASD는 가장 최근까지도 진단기준이 계속 변화해왔어요. 즉 이 질병의 개념도 진단의 기준도 계속 진화해왔다는 거에요. 자연스럽게 먼저 진단에 대해 말씀드릴 건데요 ASD는 진단 기준이 있어서 명백하게 진단이 가능한 질환인 건 맞아요, 그런데 스펙트럼이라는 말이 병명에 들어있는 질환 답게 증상이 약할 경우 진단이 아주 명백하게 나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ASD의 진단
우리가 에이즈라든지 암이라든지 다른 질환들은 피검사, CT나 MRI 같은 영상검사, 또는 수술을 하면서 아예 의심 부위 떼내서 진단을 명확히 내릴 수 있잖아요. 그런데 ASD는 아동의 행동패턴에 대한 부모의 보고와 함께 의사와 임상가의 직접 관찰 및 발달 검사 등을 토대로 전문가들이 진단을 내리는 병이에요. 증상이 심하고 전형적인 ASD의 경우는 진단을 명확하게 어린 나이에도 받을 수 있지만요, 증상이 약하거나, 나이가 어린 경우, 다른 발달장애가 같이 있어 혼동되기 쉬운 경우는 진단을 명확하게 내리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한 명의 의사가 한 번 보고서 진단 내리기보단요, 의심된다는 정도만 부모님에게 알리고 보통 전문적인 센터로 보내서 소아정신과, 심리학자,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다학제로 종합평가를 해서 결론을 내려요. 각각의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여러 검사를 진행하고 직접 관찰하고 부모님의 보고 등을 종합해서 진단을 내리는 병이에요.
제가 왜 이런 얘기들을 드리냐면, 진단이 확실하게 안 나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있는데 진단 자체에 지나치게 힘 빼시는 부모님들을 너무 많이 뵀고 이런 상황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에요.
객관적인 검사도 없이 보자마자 아이를 자폐다 라고 진단하고 값비싼 치료부터 받으라고 권유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심해야 된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요. 사실 많은 부모님들이 작은 단서만 보고도 확신을 강하게 하는 의사나 치료사일수록 이 사람이 권위 있고 명의, 명치료사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진짜 전문가일수록 작은 단서만 가지고 너무 확신하지 않아요. 저 또한 누가 봐도 ASD인데 싶은 아이가 제 방에 들어와도 일단 검사부터 받자고 합니다.
ASD가 치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좋은 질환인 것은 맞아요, 그런데 나이도 어리고 증상도 약한 아이를 바로 그렇게 객관적 검사나 다른 전문가와의 교차 확인 없이 ASD라고 말하면서 당장 수백만원 짜리 치료를 시작하자는 건 학부모님의 불안감을 이용해 돈을 버는 불안감 장사에 불과해요.
또 제가 이렇게 증상이 mild한 경우 빠르게 진단이 나오지 않고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는 이유는, 차라리 확실히 ASD 진단이 나오면 부모님들도 마음을 다 잡고 치료에 집중하시고, 그럼 그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런데 mild한 아동 부모님들은 불안해 하시면서 필요한 치료를 받기 보다는 확증을 받으려고 여러 센터와 병원을 전전하는데 더 집중하시기도 하세요. 예약이 몇 년 밀려 있는 유명한 소아정신과 선생님도 꼭 만나서 확답을 들으려고 하시려 하구요. 강조해서 권고 드리는데요, 진단이 애매한 경우는 그 증상에 맞는 언어 치료나 다른 치료부터 하고 계시는 게 맞습니다. 보통 커가면서 진단 여부가 확실해지거든요. 치료부터 받게 하는 게 맞아요.
ASD를 의심해봐야할 때
지금부터는 ASD를 어떨 때 의심해봐야 하는 지 말씀드릴게요.
적지 않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말을 너무 안 들을 때, 조그만 일에 너무 울거나, 떼를 쓰고 고집 부리는 모습을 보일 때 겁내하시면서 자폐까지도 의심하기도 하세요. 그런데 전문가가 봤을 때 달라요. 자폐는 명백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어떨 때 의심해보고 병원을 찾으셔야 하는 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아까 첫 자폐증 환자가 도널드 트리플렛이라고 했는데요 그 환자분을 처음 진단한 의사가 레오 카너라는 정신과 선생님이셨는데요, 그 선생님이 자폐증을 보고한 역사상 첫 논문에서 쓴 자폐의 중요한 특징 두 개가, "극단적으로 혼자 있기를 선호한다" 라는 점과 "극단적으로 주변 상황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을 선호한다" 라고 하셨어요. 이게 1943년도 논문이었거든요 전 지금까지도 ASD를 설명할 때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정도의, 굉장히 명석한 분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있는 걸 선호하는 건 발달하면서 아이들에게 마땅히 생겨야 할 '주위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인데요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라는 것이 ASD 아동의 매우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그럼 뭐가 사회적 상호작용이 떨어지는 건지 궁금하시죠? 그래서 어느 정도 정상 발달에 나타나는 발달을 알고 계셔야 하는데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릴게요. 정상발달아의 경우 상대방을 향해 미소 짓기 시작하는 건 2~3개월이구요 눈맞춤도 이때즈음 부터 서서히 나타나는데요. 현저하게 늦은 시기까지 안 된다던지 한다면 의심해보셔야 합니다. 생후 6-7개월 때 낯가림이 나타나고, 돌즈음에는 주양육자와 떨어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낯선 이 불안이나 분리 불안이 없는 것도 위험신호구요. 또 아기 이름을 부르면 반응하는 호명 반응이라는 것이, 보통 6개월부터 12개월까지 점차 나타나는데요, 이게 안 나타나도 주의해야합니다. 공동 주의 결여도 유의해서 보셔야 하는데요. 공동주의, 영어로는 joint attention이라고 하는데요. 타인과 함께 어떤 사물, 장소, 사람을 주시한다는 거에요. 타인과 관심을 공유하는 거죠. 예를 들어,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장난감이나 물건을 엄마에게 보여주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관심 공유를 시작한다던가 반대로 타인이 아이의 관심을 끌려고 무언가를 가리키면 아이가 이에 반응해서 그걸 바라보는 것들이 공동주의인데, ASD 아이들은 이게 잘 안될 수 있습니다.
언어지연도 ASD 아동들이 갖게 되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여기서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언어지연은 훨씬 범주가 커요, ASD가 아닌 단순 언어지연이 훨씬 더 많구요, 언어지연이 있다고 다 ASD는 아닙니다. 그런데 ASD는 어떤 식으로든 언어지연을 수반하기 때문에 언어지연이 있을 시 ASD 가능성에 대해 감별은 반드시 해봐야 합니다. 언어지연은 인터넷에 정리되어 있는 표가 많은데요, 3개월 정도 지연은 별 이상이 아닌데요 6개월 이상 지연부터는 주의 깊게 관찰하시고 검사를 추천드려요.
이런 초기 징후들이 다 타인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이어서, 사회성에서의 결함, 어려움이라는 ASD의 진단 기준과 연결이 되는거에요.
또 카너 선생님이 얘기하신 “주변 상황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은 ASD 아동들이 변화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에 관한 얘기입니다. 옷 입는 순서, 집에 가는 길, 음식의 종류 같은 데에서 정상발달아동들은 변화를 수용할 수 있거든요 물론 고집이 센 아동들은 떼를 쓰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ASD 아동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패턴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렇게 자기만의 규칙을 패턴을 좋아하기에 자폐의 증거로 많이들 알고 계시는 '장난감 블록 줄 세우기에 집착' 같은 행동을 하는 겁니다. 또 ASD 아동들이 관심사가 제한되어 있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요. 특히 사람이 아닌 것들에 관심을 두고 집착하는 성향이 강해요. 예를 들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들만 좋아한다던지, 기계를 가지고 노는 거에만 관심이 있고 다른 장난감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던지. 그래서 관심있는 것 대신 다른 장난감을 주거나 하면 정상 발달 아동과 달리 극도로 화를 내거나 울거나 하는 강한 반응을 보이죠.
또 감각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이는데요. 특정 감각에 예민한 아이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통증 같은 감각에는 무딘 아이도 많아서 항상 조심시켜야 하구요.
감각이 예민하기에 감각추구와 상동행동이라는 패턴을 보여요. 자기가 내는 소리를 좋아해서 위잉 같은 소리를 끊임없이 낸다던가 손가락을 자꾸 돌린다던가 계속 달리기를 하려고 한다던가 하는 행동들이 있죠.
제가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이런 증상이나 위험 징후들 몇 개를 보인다고 다 ASD인 것도 아니고, 이런 전형적인 증상을 뚜렷하게 안 보이는것 같은데도 ASD일 수도 있습니다. 감각추구나 상동행동은 정상발달아동들도 보일 때가 있구요 ASD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에 대한 관심 없음" 이어서 다른 의심 행동들이 있어도 사람들과 상호작용이 잘 된다면 ASD가 아닐 가능성이 높아요. 제가 지금 말씀드렸던 건 의심해봐야할 상황들이구요 의심스러우면 꼭 아이를 데리고 전문가를 찾아가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제가 위에서도 썼다시피 ASD는 처음부터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애들도 있는 반면 상당히 회색 지대에 있다가 점차 ASD 쪽으로 또는 아닌 쪽으로 뚜렷해지는 애들도 많아요.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DSM이라는 가장 유명한 진단기준을 번역해서 첨부해 드릴게요. 근데 꼭 유념하실 거는요, 궁금해하시는 분들께 참고하시라는 정도로 제공드리는 거에요. 훈련 받은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인 본인이 판단하시는 건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요.
DSM5 진단기준
A.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타나는 사회적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의 지속적인 결함으로 현재 또는 과거력상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나타난다.
- 사회적-감정적 상호성의 결함(예, 비정상적인 사회적 접근과 정상적인 대화의 실패, 흥미나 감정 공유의 감소, 사회적 상호작용의 시작 및 반응의 실패)
- 사회적 상호작용을 위한 비언어적인 의사소통 행동의 결함(예,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불완전한 통합, 비정상적인 눈 맞춤과 몸짓 언어, 몸짓의 이해와 사용의 결함, 얼굴 표정과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전반적 결핍)
- 관계 발전, 유지 및 관계에 대한 이해의 결함(예, 다양한 사회적 상황에 적합한 적응적 행동의 어려움, 상상 놀이를 공유하거나 친구 사귀기가 어려움, 동료들에 대한 관심 결여)
B.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나 흥미, 활동이 현재 또는 과거력상 다음 항목들 가운데 적어도 2가지 이상 나타난다.
- 상동증적이거나 반복적인 운동성 동작, 물건 사용 또는 말하기(예: 단순 운동 상동증, 장난감 정렬하기, 또는 물체 튕기기, 반향어, 특이한 문구 사용)
- 동일성에 대한 고집, 일상적인 것에 대한 융통성 없는 집착, 또는 의례적인 언어나 비언어적 행동 양상(예: 작은 변화에 대한 극심한 고통, 변화의 어려움, 완고한 사고방식, 의례적인 인사, 같은 길로만 다니기, 매일 같은 음식 먹기)
- 강도나 초점에 있어서 비정상적으로 극도로 제한되고 고정된 흥미(예: 특이한 물체에 대한 강한 애착 또는 집착, 과도하게 국한되거나 고집스러운 흥미)
- 감각 정보에 대한 과잉 또는 과소 반응, 또는 환경의 감각 영역에 대한 특이한 관심(예: 통증과 온도에 대한 명백한 무관심, 특정 소리나 감촉에 대한 부정적 반응, 과도한 냄새 맡기 또는 물체 만지기, 빛이나 움직임에 대한 시각적 매료)
C. 증상은 반드시 초기 발달 시기부터 나타나야 한다(그러나 사회적 요구가 개인의 제한된 능력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증상이 완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나중에는 학습된 전략에 의해 증상이 감춰질 수 있다).
D. 이러한 증상은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현재의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뚜렷한 손상을 초래한다.
E. 이러한 장애는 지적장애(지적발달장애) 또는 전반적 발달지연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지적장애와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자주 동반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지적장애를 함께 진단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의사소통이 전반적인 발달 수준에 기대되는 것보다 저하되어야 한다.
주의점: DSM-IV의 진단기준상 자폐성장애, 아스퍼거 장애 또는 달리 분류되지 않는 광범위성 발달장애로 진단된 경우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이 내려져야 한다. 사회적 의사소통에 뚜렷한 결함이 있으나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다른 진단 항목을 만족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회적(실용적) 의사소통장애로 평가해야 한다.
다음의 경우 명시할 것: 지적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 또는 동반하지 않는 경우, 언어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 또는 동반하지 않는 경우, 의학적ㆍ유전적 상태 또는 환경적 요인과 연관된 경우, 다른 신경발달 정신 또는 행동 장애와 연관된 경우 긴장증 동반
오늘은 많은 부모님께서 궁금해하시는 “자폐”라는 질환에 대해서 상세하게 설명을 드려볼까 합니다.
이 글만 읽으셔도 자폐라는 질환에 대해서 웬만한 수준으로는 다 알게 되실 정도로요.
아이들이 커나갈 때 너무 사랑스럽지만 동시에 부모님들이 불안해하실 때가 간혹 있거든요. 저도 부모기에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우리 소중한 아이가 어떤 질환이 있는 게 아닐까라는.
자폐스펙트럼은 발달질환 중에서 제일 유명하기도 해서 부모님들이 가장 걱정하시는 발달질환인 것 같아요. 그런데 그만큼 오해가 많은 병이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발달심리학자로써 이 글에서 자폐스펙트럼에 대해서 지금까지 연구되고 알려진 바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학부모님들이 자폐스펙트럼을 흔히들 자스라고 줄여서 말씀하시는데 정식명칭은 자폐스펙트럼장애, ASD(Autism Spectrum Disorder)이고요 저는 이 글에서 ASD라고 쓰겠습니다. 이 ASD라는 명칭이 저 뿐 아니라 전문가들이 제일 선호하는 단어인데요 왜 그러냐면 제일 정확한 표현이라서에요. 자폐증이라고 줄이면 이게 스펙트럼이라는 특징이 너무나 중요한 질병인데 그걸 표현을 안 하는 것이고, 정식 한국어 표현인 자폐스펙트럼장애라고 하면 너무 기니깐요. 왜 스펙트럼이 중요하냐면요, 전문가가 아닌 분들도 어 저 사람은 너무나 뚜렷하게 평범하지 않은데? 하고 판단할 수 있는, 누구나 알아챌 수 있는 ASD 환자 분도 당연히 있지만요, 같이 학교나 직장 생활하는 분들도 잘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사람도 있거든요. 겉보기에는 엄청 다른 이 분들을 동시에 ASD라는 한 병명으로 묶었어요. 말그대로 이 질환은 스펙트럼이 엄청 넓다는 것부터 이해하셔야 해요. 치료에 있어서도 중요한 개념이거든요.
ASD는 사실 그렇게까지 오래된 병이 아니에요. 어느 정도냐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자폐증으로 진단받은 분이 Donald Triplett라는 분인데 89세의 나이로 불과 최근(2023년)에 돌아가셨어요. ASD는 물론 이전에도 있어 왔지만요. 한 마디로 이런 병이 있다고 개념이 생긴 지 오래되지 않았다라는 겁니다. DSM이라고 미국 정신의학회에서 정신질환을 진단하는 기준이 있는데 ASD는 가장 최근까지도 진단기준이 계속 변화해왔어요. 즉 이 질병의 개념도 진단의 기준도 계속 진화해왔다는 거에요. 자연스럽게 먼저 진단에 대해 말씀드릴 건데요 ASD는 진단 기준이 있어서 명백하게 진단이 가능한 질환인 건 맞아요, 그런데 스펙트럼이라는 말이 병명에 들어있는 질환 답게 증상이 약할 경우 진단이 아주 명백하게 나오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ASD의 진단
우리가 에이즈라든지 암이라든지 다른 질환들은 피검사, CT나 MRI 같은 영상검사, 또는 수술을 하면서 아예 의심 부위 떼내서 진단을 명확히 내릴 수 있잖아요. 그런데 ASD는 아동의 행동패턴에 대한 부모의 보고와 함께 의사와 임상가의 직접 관찰 및 발달 검사 등을 토대로 전문가들이 진단을 내리는 병이에요. 증상이 심하고 전형적인 ASD의 경우는 진단을 명확하게 어린 나이에도 받을 수 있지만요, 증상이 약하거나, 나이가 어린 경우, 다른 발달장애가 같이 있어 혼동되기 쉬운 경우는 진단을 명확하게 내리기 어려울 때도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한 명의 의사가 한 번 보고서 진단 내리기보단요, 의심된다는 정도만 부모님에게 알리고 보통 전문적인 센터로 보내서 소아정신과, 심리학자, 언어치료사, 작업치료사 등 다학제로 종합평가를 해서 결론을 내려요. 각각의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여러 검사를 진행하고 직접 관찰하고 부모님의 보고 등을 종합해서 진단을 내리는 병이에요.
제가 왜 이런 얘기들을 드리냐면, 진단이 확실하게 안 나오는 경우가 생각보다 꽤 있는데 진단 자체에 지나치게 힘 빼시는 부모님들을 너무 많이 뵀고 이런 상황을 돈벌이로 이용하려는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에요.
객관적인 검사도 없이 보자마자 아이를 자폐다 라고 진단하고 값비싼 치료부터 받으라고 권유하는 사람이 있으면 조심해야 된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요. 사실 많은 부모님들이 작은 단서만 보고도 확신을 강하게 하는 의사나 치료사일수록 이 사람이 권위 있고 명의, 명치료사라고 생각하시는데요. 진짜 전문가일수록 작은 단서만 가지고 너무 확신하지 않아요. 저 또한 누가 봐도 ASD인데 싶은 아이가 제 방에 들어와도 일단 검사부터 받자고 합니다.
ASD가 치료를 일찍 시작할수록 좋은 질환인 것은 맞아요, 그런데 나이도 어리고 증상도 약한 아이를 바로 그렇게 객관적 검사나 다른 전문가와의 교차 확인 없이 ASD라고 말하면서 당장 수백만원 짜리 치료를 시작하자는 건 학부모님의 불안감을 이용해 돈을 버는 불안감 장사에 불과해요.
또 제가 이렇게 증상이 mild한 경우 빠르게 진단이 나오지 않고 오래 걸릴 수 있다는 말씀을 먼저 드리는 이유는, 차라리 확실히 ASD 진단이 나오면 부모님들도 마음을 다 잡고 치료에 집중하시고, 그럼 그 상황에서 최선의 결과가 나올 수 있거든요. 그런데 mild한 아동 부모님들은 불안해 하시면서 필요한 치료를 받기 보다는 확증을 받으려고 여러 센터와 병원을 전전하는데 더 집중하시기도 하세요. 예약이 몇 년 밀려 있는 유명한 소아정신과 선생님도 꼭 만나서 확답을 들으려고 하시려 하구요. 강조해서 권고 드리는데요, 진단이 애매한 경우는 그 증상에 맞는 언어 치료나 다른 치료부터 하고 계시는 게 맞습니다. 보통 커가면서 진단 여부가 확실해지거든요. 치료부터 받게 하는 게 맞아요.
ASD를 의심해봐야할 때
지금부터는 ASD를 어떨 때 의심해봐야 하는 지 말씀드릴게요.
적지 않은 부모님들이 아이들이 말을 너무 안 들을 때, 조그만 일에 너무 울거나, 떼를 쓰고 고집 부리는 모습을 보일 때 겁내하시면서 자폐까지도 의심하기도 하세요. 그런데 전문가가 봤을 때 달라요. 자폐는 명백한 특징들을 가지고 있어요. 그래서 어떨 때 의심해보고 병원을 찾으셔야 하는 지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아까 첫 자폐증 환자가 도널드 트리플렛이라고 했는데요 그 환자분을 처음 진단한 의사가 레오 카너라는 정신과 선생님이셨는데요, 그 선생님이 자폐증을 보고한 역사상 첫 논문에서 쓴 자폐의 중요한 특징 두 개가, "극단적으로 혼자 있기를 선호한다" 라는 점과 "극단적으로 주변 상황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을 선호한다" 라고 하셨어요. 이게 1943년도 논문이었거든요 전 지금까지도 ASD를 설명할 때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정도의, 굉장히 명석한 분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혼자 있는 걸 선호하는 건 발달하면서 아이들에게 마땅히 생겨야 할 '주위 사람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인데요 사회적 상호작용 능력이 매우 떨어진다라는 것이 ASD 아동의 매우 두드러진 특징입니다.
그럼 뭐가 사회적 상호작용이 떨어지는 건지 궁금하시죠? 그래서 어느 정도 정상 발달에 나타나는 발달을 알고 계셔야 하는데 제가 지금부터 말씀드릴게요. 정상발달아의 경우 상대방을 향해 미소 짓기 시작하는 건 2~3개월이구요 눈맞춤도 이때즈음 부터 서서히 나타나는데요. 현저하게 늦은 시기까지 안 된다던지 한다면 의심해보셔야 합니다. 생후 6-7개월 때 낯가림이 나타나고, 돌즈음에는 주양육자와 떨어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해지는데, 낯선 이 불안이나 분리 불안이 없는 것도 위험신호구요. 또 아기 이름을 부르면 반응하는 호명 반응이라는 것이, 보통 6개월부터 12개월까지 점차 나타나는데요, 이게 안 나타나도 주의해야합니다. 공동 주의 결여도 유의해서 보셔야 하는데요. 공동주의, 영어로는 joint attention이라고 하는데요. 타인과 함께 어떤 사물, 장소, 사람을 주시한다는 거에요. 타인과 관심을 공유하는 거죠. 예를 들어, 자신이 관심있어 하는 장난감이나 물건을 엄마에게 보여주려고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관심 공유를 시작한다던가 반대로 타인이 아이의 관심을 끌려고 무언가를 가리키면 아이가 이에 반응해서 그걸 바라보는 것들이 공동주의인데, ASD 아이들은 이게 잘 안될 수 있습니다.
언어지연도 ASD 아동들이 갖게 되는 중요한 특징입니다. 여기서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언어지연은 훨씬 범주가 커요, ASD가 아닌 단순 언어지연이 훨씬 더 많구요, 언어지연이 있다고 다 ASD는 아닙니다. 그런데 ASD는 어떤 식으로든 언어지연을 수반하기 때문에 언어지연이 있을 시 ASD 가능성에 대해 감별은 반드시 해봐야 합니다. 언어지연은 인터넷에 정리되어 있는 표가 많은데요, 3개월 정도 지연은 별 이상이 아닌데요 6개월 이상 지연부터는 주의 깊게 관찰하시고 검사를 추천드려요.
이런 초기 징후들이 다 타인과 사회적 관계를 맺는 것이어서, 사회성에서의 결함, 어려움이라는 ASD의 진단 기준과 연결이 되는거에요.
또 카너 선생님이 얘기하신 “주변 상황이 동일하게 유지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은 ASD 아동들이 변화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을 보이는 것에 관한 얘기입니다. 옷 입는 순서, 집에 가는 길, 음식의 종류 같은 데에서 정상발달아동들은 변화를 수용할 수 있거든요 물론 고집이 센 아동들은 떼를 쓰기도 하지만요 그런데 ASD 아동들은 본인이 생각하는 패턴에서 벗어나면 비정상적일 정도로 과도한 반응을 보입니다. 이렇게 자기만의 규칙을 패턴을 좋아하기에 자폐의 증거로 많이들 알고 계시는 '장난감 블록 줄 세우기에 집착' 같은 행동을 하는 겁니다. 또 ASD 아동들이 관심사가 제한되어 있고 거기에서 벗어나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인데요. 특히 사람이 아닌 것들에 관심을 두고 집착하는 성향이 강해요. 예를 들어 빙글빙글 돌아가는 것들만 좋아한다던지, 기계를 가지고 노는 거에만 관심이 있고 다른 장난감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던지. 그래서 관심있는 것 대신 다른 장난감을 주거나 하면 정상 발달 아동과 달리 극도로 화를 내거나 울거나 하는 강한 반응을 보이죠.
또 감각에서도 남다른 모습을 보이는데요. 특정 감각에 예민한 아이들이 굉장히 많아요 그러면서도 동시에 통증 같은 감각에는 무딘 아이도 많아서 항상 조심시켜야 하구요.
감각이 예민하기에 감각추구와 상동행동이라는 패턴을 보여요. 자기가 내는 소리를 좋아해서 위잉 같은 소리를 끊임없이 낸다던가 손가락을 자꾸 돌린다던가 계속 달리기를 하려고 한다던가 하는 행동들이 있죠.
제가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게 이런 증상이나 위험 징후들 몇 개를 보인다고 다 ASD인 것도 아니고, 이런 전형적인 증상을 뚜렷하게 안 보이는것 같은데도 ASD일 수도 있습니다. 감각추구나 상동행동은 정상발달아동들도 보일 때가 있구요 ASD의 가장 큰 특징은 "사람에 대한 관심 없음" 이어서 다른 의심 행동들이 있어도 사람들과 상호작용이 잘 된다면 ASD가 아닐 가능성이 높아요. 제가 지금 말씀드렸던 건 의심해봐야할 상황들이구요 의심스러우면 꼭 아이를 데리고 전문가를 찾아가시는 게 가장 좋습니다. 제가 위에서도 썼다시피 ASD는 처음부터 전형적으로 나타나는 애들도 있는 반면 상당히 회색 지대에 있다가 점차 ASD 쪽으로 또는 아닌 쪽으로 뚜렷해지는 애들도 많아요.
제가 아까 말씀드렸던 DSM이라는 가장 유명한 진단기준을 번역해서 첨부해 드릴게요. 근데 꼭 유념하실 거는요, 궁금해하시는 분들께 참고하시라는 정도로 제공드리는 거에요. 훈련 받은 전문가가 아니라 일반인인 본인이 판단하시는 건 오류일 가능성이 높다는 말씀은 꼭 드리고 싶어요.
DSM5 진단기준
A. 다양한 분야에 걸쳐 나타나는 사회적 의사소통 및 사회적 상호작용의 지속적인 결함으로 현재 또는 과거력상 다음과 같은 특징으로 나타난다.
B.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이나 흥미, 활동이 현재 또는 과거력상 다음 항목들 가운데 적어도 2가지 이상 나타난다.
C. 증상은 반드시 초기 발달 시기부터 나타나야 한다(그러나 사회적 요구가 개인의 제한된 능력을 넘어서기 전까지는 증상이 완전히 나타나지 않을 수 있고, 나중에는 학습된 전략에 의해 증상이 감춰질 수 있다).
D. 이러한 증상은 사회적, 직업적 또는 다른 중요한 현재의 기능 영역에서 임상적으로 뚜렷한 손상을 초래한다.
E. 이러한 장애는 지적장애(지적발달장애) 또는 전반적 발달지연으로 더 잘 설명되지 않는다. 지적장애와 자폐스펙트럼장애는 자주 동반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와 지적장애를 함께 진단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의사소통이 전반적인 발달 수준에 기대되는 것보다 저하되어야 한다.
주의점: DSM-IV의 진단기준상 자폐성장애, 아스퍼거 장애 또는 달리 분류되지 않는 광범위성 발달장애로 진단된 경우에서는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진단이 내려져야 한다. 사회적 의사소통에 뚜렷한 결함이 있으나 자폐스펙트럼장애의 다른 진단 항목을 만족하지 않는 경우에는 사회적(실용적) 의사소통장애로 평가해야 한다.
다음의 경우 명시할 것: 지적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 또는 동반하지 않는 경우, 언어 손상을 동반하는 경우 또는 동반하지 않는 경우, 의학적ㆍ유전적 상태 또는 환경적 요인과 연관된 경우, 다른 신경발달 정신 또는 행동 장애와 연관된 경우 긴장증 동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