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에 이어서-
정상발달인 줄 알았는데 ASD라고?
ASD를 진단 받는 아동 부모님들 중에서 아동이 발달이 빨랐거나 최소한 정상이었다 생각하셨다가 이상한 행동이 관찰 되서 병원에 내원하셔서 ASD 진단을 받고서 충격을 받으시는 분들이 꽤 있으세요. “우리 아이가 그럴 리가 없어” 못 믿으시면서 현실 부정을 하시기도 하시구요. 그런데 전문가인 제가 봤을 땐 설명이 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지 그렇게 느껴하시는 지 최대한 과학적으로 설명을 드릴게요.
ASD의 아동들이 대근육발달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ASD의 아동들의 특징 중 하나가 돌아다니거나 달아나기를 좋아해요. 영어로 wandering이라고 하는데요 한 연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ASD 어린이들이 wandering을 한다고 되어 있어요. 원인은 감각적으로 거슬리는 환경을 벗어나려고 하거나 달리는 감각을 좋아해서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그래서 ASD 아동들은 실종이나 사고 위험도 크죠. 돌아다니거나 달아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ASD 아이들이 평균보다 빨리 기거나 걷고 뛰는 경우들도 종종 있어요. 우리아이가 걷고 뛰는 게 남들보다 빨랐는데 ASD? 이럴 수 있다는 거죠.
또 ASD의 특징 중 하나가 맥락과 상관없는 반향어라는 것을 합니다. 의미와 맥락에 상관 없이 단순히 따라하는 것이 반향어인데요 이건 단순 따라하기라서 정상 발달의 단어 수준보다 훨씬 높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 애가 이런 말을 했어? 다른 애기는 엄마아빠밖에 못하는데? 하시면서 부모님 입장에서 말이 빠르다고 느껴하시죠. 맥락에 안 맞는 말을 빨리 하는 건 발달이 빠른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또 나이 대에 안 맞는 성숙이 느껴지는 행동들이 있습니다. 책을 열심히 본다던지, 혼자 놀이를 오래 한다던지. 이러시면 부모님들 너무 좋아하시죠. 이런 행동들이 사실 애 키우는 입장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행동이거든요. 화장실도 갈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고. 숨 좀 돌릴 수 있는. 집중력이 좋은 거 보고 우리 아이가 천재가 아닌가? 하시기도 하구요. 근데 이 것들이 오히려 다 감각추구나 제한된 흥미, 그리고 상호작용의 결여라는 ASD의 주요 특징의 발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아이가 나이에 안 맞게 책을 너무 오래보고 놀이를 혼자 오래 한다 싶으면 전 이 것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씀드려요.
또 오해하시는 게 낯가림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시면서 사회성이 좋다고 여기셔서 다른 아이들보다 성숙한데? 하시다가 ASD라 그래서 충격을 받으시기도 하세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낯가림을 보여야 정상발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돌 즈음, 주양육자와 떨어질 때 분리불안을 전혀 안 보이면(즉 떼쓰고 울지 않으면) 다 그렇다는 건 아닌데 의심대상입니다.
또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지금은 사라진 진단명이긴 하지만 많이들 사용하시는 병명인데요 거칠게 설명드리면 지적능력이 양호한 ASD환자를 이렇게 부르거든요. 아까 ASD에서 반드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라고 말씀드린 언어지연도 없구요. 전체 ASD 환자의 0.1% 밖에 안 되긴 하는데요, 어쨌든 ASD 스펙트럼 안에 있는 질환이긴 하고 이 경우는 정말 내 아이가 정상발달 같았는데 ASD로 진단되는 경우에요.
마지막으로 과학적으로 정확한 mechanism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임상적으로 퇴행이라는 것도 상당히 관찰되고 있습니다. 말을 할 수 있었다가 안 하기도 하고요, 정상 발달처럼 보이다가 퇴행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습니다.
ASD의 원인과 치료
원인을 알아야 치료를 하겠죠?
원인에 대해서는요 여러 권위 있는 논문과 책, 미국의 정부 사이트 등의 표현의 공통점을 뽑아서 조합해보면, ASD는 유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물학적 기반의 신경 발달적인 문제고 환경적 위험인자도 영향을 미치는 병입니다. 말이 좀 어렵죠? 그냥 간단히 표현하자면 타고난 게 대부분이고 외부 환경 요인도 영향은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고 계속 연구 중이다 이 정도 상태에요.
여기서 꼭 말씀 드리고 싶은건, 부모님 특히 어머님의 양육태도 때문에 "ASD에 걸린다"는 개념은 역사적으로 확실하게 축출됐습니다.
ASD가 40년도에 처음 개념이 생기고 50에서 60년대에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은 정신과 의사들과 한 유명한 사이비 전문가 때문에 "냉장고 엄마" 즉 차가운 엄마 때문에 아이가 상처 받아서 맘의 문을 닫은 거다 라는 인식이 주류로 지배했어요. 상상해보세요, 안 그래도 ASD 자녀 때문에 힘든 어머님들을 두 번 죽이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정신과 선생님들, 사회 주류가 어머니를 비난하는 숨막히는 상황 속에서도 "내가 아이를 안 사랑해서 이렇게 된거라고? 그럴 리가 없어" 하셨던 용기있는 여러 어머니들과 어떤 훌륭한 심리학자가 이에 저항하는 논문도 쓰시고 여러가지 운동을 펼치셔서 저 이론은 이제 역사 속으로 완전히 소멸했습니다. 현재는 asd 원인에 유전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은 명확한데 정확한 매커니즘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상태입니다. 저렇게 부모님을 탓하는 이론이 사라지는 과정이 정말 힘겨웠거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직도 이렇게 인식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세요. 옛날 미국에서 ASD 자제를 둔 부모님들은 자녀를 치료 센터에 입소시키려면 자기들이 아이에게 뭘 잘 못했는지 고백부터 했어야 했다는데요 지금도 학부모님들이 상담 와선, 본인들이 미디어를 일찍 노출 시켰다는 등 아이에게 상호작용을 잘 못해줬다는 등 뭔가 본인들이 양육을 잘못해서 자녀가 ASD에 걸렸다고 생각하시는 듯한 분들이 계시는데, 아닙니다. 전혀 아니에요. 안 그래도 헤쳐나가야할 일이 많은데 자책하시는데 에너지 빼지 마세요.
원인을 정확히 모르니 완치법도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암 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손상된 유전자를 수리하는 치료법이 발전 중에 있지만 ASD에 대해서는 워낙 관여하는 유전자가 많아서요, 아직 임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요즘 뇌파를 이용하거나 뇌를 자극하는 치료법도 시도는 하고 있는데 이것도 임상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상태는 아니구요. 그래도 워낙 요즘 다양한 치료법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니 완치법이 생기길 저도 발달심리학자로써 기도하고 있어요.
치료에 대해서 많이들 하시는 질문 몇 가지에 대한 답을 써보겠습니다.
Q. 완치법이 없다는 건 영원히 치료되지 않는 다는 건가요?
치료가 된다의 정의부터 생각해봐야되는데요. asd를 한 번 진단 받았고 그 게 오진이 아니라면, 지금으로썬 ASD가 완전히 치료된다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저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ASD 환자들은 뇌의 경로가 asd가 아닌 사람들과 다르다고 여겨지거든요. 여기서 잠깐 신경 다양성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아스퍼거나 증상이 약한 ASD 환자의 경우 자기는 보통 사람과 다른 것 뿐인데, 한 마디로 개성일 뿐인데 왜 치료를 받아야 하냐? 라는 당사자들도 계십니다. 치료를 받아야 되는 사람 취급하는 게 기분 나쁘다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심한 증상의 ASD 아동들 부모님들 생각은 또 그렇지 않죠.
어쨌든 조기 개입과 치료를 통해 여러가지 증상들을 개선 시킬 수 있다는 건 명확히 입증이 됐습니다. 언어능력은 물론이고요 asd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가장 상처 받아 하시는 게 자녀와 교감이 안 된다는 건데 그런 교감능력과 사회성까지도 개선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치료를 하는 목적과 기대치가 정상 발달로의 전환이라면, ASD의 주요 특징들을 완벽히 소거하는 것이라면 그건 불가능하다. 아직은 현대의학과 어떤 기법으로도 완전히 고칠 수가 없는 게 맞지만요. 지금보다 더 기능이 좋아지게 하는 건 가능합니다. 발달 장애 치료의 목표는, 이 아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보자 입니다. ASD에서 스펙트럼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잖아요. 자폐여도 중증도가 다 다릅니다. 치료를 전혀 안 받아도 정상발달아동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아동부터, 증상이 심해서 항상 보호자가 붙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아이까지 범위가 넓어서 스펙트럼이라는 단어를 병명에 쓰는 거에요. 주어진 조건에서 치료를 통해 최대한의 상태로 만드는 게 치료의 목적이에요. 어떤 아이는 매우 드물지만 일론머스크나 우영우처럼 천재성을 발휘 하기도하고, 어떤 아이들은 결혼도 하고 취직도 하며 일상생활을 다 누리기도 해요 아마 특이한 사람이라는 평가 정도는 받을 수 있겠지만요.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말이 트이는 게 목표거나 보호자가 항상 안 따라다녀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것 즉 자조(self-reliance)가 치료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출발선이 다 다른 상황에서 그 아이의 최대한도를 이끌어보자라는 게 치료의 의의에요.
아까 말했던 첫번째 ASD 환자였던 도널드 트리플렛은 너무나 전형적인, 심한 증상의 ASD 아동이었고요 그랬으니 첫번째 진단의 대상이었겠죠. 그런데 이 분은 대학도 나오셨고 아버지 회사이긴 했으나 직업활동도 은퇴 나이까지 했었고 취미도 사교활동도 하시면서 적지 않은 나이에 돌아가셨어요.
Q. 주변에 보니깐 약을 먹는 경우도 있던데요? 그건 뭔가요?
그건 정확히 말하자면 ASD 자체를 위한 치료라기보다는 동반하는 증상을 위한 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ASD 아이들은 동반하고 있는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ADHD나 우울증 불면증 같은 정신과적 질환부터 변비 같은 소화관 질환까지요. 이런 동반질환들이 ASD 증상 자체도 더 심화시키기 때문에 약물로 조절을 해야합니다.
Q. 완치는 안 되도 증상을 좋게하는 치료법은 있다는 거군요. 그럼 그런 치료법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언어치료, 사회성 치료, ABA치료, 작업치료 등이 그 효과가 검증된 치료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모든 ASD 아동들이 어떤 형태든 언어발달 지연을 겪고 있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기에 언어 치료가 효과적이고요. 언어치료는 꼭 받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한 유명한 심리학 교수님이 고안한 치료법인데요 아이들의 행동 수정을 목표로 하는 ABA 치료도 그 효과가 검증됐습니다. 또 사회성의 개선을 위해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익히게 하고 상호작용의 구체적인 기술들을 배울 수 있도록 놀이치료나 사회성 치료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구요. 작업 치료를 통해 지연된 운동 능력, 자기 조절력,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감각과 관련된 어려움을 다루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감각통합치료의 효과는 제한적으로 검증되었으나 감각을 처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ASD아동에게는 감각통합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약이라든지 침 같은 한의원 치료, 각종 대체의학, 식이요법, 모두 검증이 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들께서 마음이 많이 어려우신 상태고 현대의학에서 완치가 어려우니 다른 대체 치료도 많이들 생각해보세요. 맘은 이해하지만 검증된 치료 위주로 받으셔야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마무리
2020년 미국 연구에 따르면 ASD의 유병률은 36명당 1명, 3%에 육박해요. 우리나라에서 연구 에서도 2%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전 미국 처럼 3% 정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점점 유병률도 올라가는 추세구요.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ASD의 영향을 받죠? ASD 아동들이 겪는 사회적인 어려움이 일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고려할 때, ASD의 위험성을 빠르게 발견하고 조기에 발달상의 어려움에 개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실 ASD는 굉장히 사회적인 질환입니다. 왜냐면 이 질환은 혼자서 해결할 수가 없어요. ASD 아동이 평생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이 한 가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을 보면 ASD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제도도 여러모로 부족한 실정이고,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 시키거나 부모님들의 불안감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특히 제가 안타까운 건, 사회 전반적으로 발달 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해와 지지가 많이 부족해요. 가뜩이나 아이의 발달 문제로 힘드신 부모님과 아이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미국 같은 경우는 발달장애 아동 관련 법안과 시스템이 굉장히 정비가 잘 되 있어서 물론 거기도 쉽지만은 않겠지만 한국 실정에서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그래서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ASD와 발달 지연 및 장애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 뿐만 아니라 저와 같은 관련 전문가들, 행정가들, 교사들, 정치인들,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ASD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위 내용은 유튜브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2YULXAWfcU
https://www.youtube.com/watch?v=w3WAX6EsuBY&t=8s
-1편에 이어서-
정상발달인 줄 알았는데 ASD라고?
ASD를 진단 받는 아동 부모님들 중에서 아동이 발달이 빨랐거나 최소한 정상이었다 생각하셨다가 이상한 행동이 관찰 되서 병원에 내원하셔서 ASD 진단을 받고서 충격을 받으시는 분들이 꽤 있으세요. “우리 아이가 그럴 리가 없어” 못 믿으시면서 현실 부정을 하시기도 하시구요. 그런데 전문가인 제가 봤을 땐 설명이 되는 경우가 거의 대부분이거든요. 그래서 왜 그런 현상이 나타나는 지 그렇게 느껴하시는 지 최대한 과학적으로 설명을 드릴게요.
ASD의 아동들이 대근육발달에 전혀 문제가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런데 ASD의 아동들의 특징 중 하나가 돌아다니거나 달아나기를 좋아해요. 영어로 wandering이라고 하는데요 한 연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ASD 어린이들이 wandering을 한다고 되어 있어요. 원인은 감각적으로 거슬리는 환경을 벗어나려고 하거나 달리는 감각을 좋아해서 등 여러가지가 있는데요 그래서 ASD 아동들은 실종이나 사고 위험도 크죠. 돌아다니거나 달아나기를 좋아하기 때문에 ASD 아이들이 평균보다 빨리 기거나 걷고 뛰는 경우들도 종종 있어요. 우리아이가 걷고 뛰는 게 남들보다 빨랐는데 ASD? 이럴 수 있다는 거죠.
또 ASD의 특징 중 하나가 맥락과 상관없는 반향어라는 것을 합니다. 의미와 맥락에 상관 없이 단순히 따라하는 것이 반향어인데요 이건 단순 따라하기라서 정상 발달의 단어 수준보다 훨씬 높을 때가 많습니다,. 우리 애가 이런 말을 했어? 다른 애기는 엄마아빠밖에 못하는데? 하시면서 부모님 입장에서 말이 빠르다고 느껴하시죠. 맥락에 안 맞는 말을 빨리 하는 건 발달이 빠른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또 나이 대에 안 맞는 성숙이 느껴지는 행동들이 있습니다. 책을 열심히 본다던지, 혼자 놀이를 오래 한다던지. 이러시면 부모님들 너무 좋아하시죠. 이런 행동들이 사실 애 키우는 입장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행동이거든요. 화장실도 갈 수 있고 밥도 먹을 수 있고. 숨 좀 돌릴 수 있는. 집중력이 좋은 거 보고 우리 아이가 천재가 아닌가? 하시기도 하구요. 근데 이 것들이 오히려 다 감각추구나 제한된 흥미, 그리고 상호작용의 결여라는 ASD의 주요 특징의 발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전 아이가 나이에 안 맞게 책을 너무 오래보고 놀이를 혼자 오래 한다 싶으면 전 이 것도 의심해봐야 한다고 말씀드려요.
또 오해하시는 게 낯가림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시면서 사회성이 좋다고 여기셔서 다른 아이들보다 성숙한데? 하시다가 ASD라 그래서 충격을 받으시기도 하세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낯가림을 보여야 정상발달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특히 돌 즈음, 주양육자와 떨어질 때 분리불안을 전혀 안 보이면(즉 떼쓰고 울지 않으면) 다 그렇다는 건 아닌데 의심대상입니다.
또 아스퍼거 증후군이라고, 지금은 사라진 진단명이긴 하지만 많이들 사용하시는 병명인데요 거칠게 설명드리면 지적능력이 양호한 ASD환자를 이렇게 부르거든요. 아까 ASD에서 반드시 나타나는 특징 중 하나라고 말씀드린 언어지연도 없구요. 전체 ASD 환자의 0.1% 밖에 안 되긴 하는데요, 어쨌든 ASD 스펙트럼 안에 있는 질환이긴 하고 이 경우는 정말 내 아이가 정상발달 같았는데 ASD로 진단되는 경우에요.
마지막으로 과학적으로 정확한 mechanism이 아직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임상적으로 퇴행이라는 것도 상당히 관찰되고 있습니다. 말을 할 수 있었다가 안 하기도 하고요, 정상 발달처럼 보이다가 퇴행하는 경우도 드물지만 있습니다.
ASD의 원인과 치료
원인을 알아야 치료를 하겠죠?
원인에 대해서는요 여러 권위 있는 논문과 책, 미국의 정부 사이트 등의 표현의 공통점을 뽑아서 조합해보면, ASD는 유전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생물학적 기반의 신경 발달적인 문제고 환경적 위험인자도 영향을 미치는 병입니다. 말이 좀 어렵죠? 그냥 간단히 표현하자면 타고난 게 대부분이고 외부 환경 요인도 영향은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잘 모르겠고 계속 연구 중이다 이 정도 상태에요.
여기서 꼭 말씀 드리고 싶은건, 부모님 특히 어머님의 양육태도 때문에 "ASD에 걸린다"는 개념은 역사적으로 확실하게 축출됐습니다.
ASD가 40년도에 처음 개념이 생기고 50에서 60년대에 프로이트의 영향을 받은 정신과 의사들과 한 유명한 사이비 전문가 때문에 "냉장고 엄마" 즉 차가운 엄마 때문에 아이가 상처 받아서 맘의 문을 닫은 거다 라는 인식이 주류로 지배했어요. 상상해보세요, 안 그래도 ASD 자녀 때문에 힘든 어머님들을 두 번 죽이는 상황이었어요. 그런데 그런 정신과 선생님들, 사회 주류가 어머니를 비난하는 숨막히는 상황 속에서도 "내가 아이를 안 사랑해서 이렇게 된거라고? 그럴 리가 없어" 하셨던 용기있는 여러 어머니들과 어떤 훌륭한 심리학자가 이에 저항하는 논문도 쓰시고 여러가지 운동을 펼치셔서 저 이론은 이제 역사 속으로 완전히 소멸했습니다. 현재는 asd 원인에 유전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은 명확한데 정확한 매커니즘은 아직 잘 모르겠다는 상태입니다. 저렇게 부모님을 탓하는 이론이 사라지는 과정이 정말 힘겨웠거든요? 그런데 안타깝게도 아직도 이렇게 인식을 하고 계시는 분들이 계세요. 옛날 미국에서 ASD 자제를 둔 부모님들은 자녀를 치료 센터에 입소시키려면 자기들이 아이에게 뭘 잘 못했는지 고백부터 했어야 했다는데요 지금도 학부모님들이 상담 와선, 본인들이 미디어를 일찍 노출 시켰다는 등 아이에게 상호작용을 잘 못해줬다는 등 뭔가 본인들이 양육을 잘못해서 자녀가 ASD에 걸렸다고 생각하시는 듯한 분들이 계시는데, 아닙니다. 전혀 아니에요. 안 그래도 헤쳐나가야할 일이 많은데 자책하시는데 에너지 빼지 마세요.
원인을 정확히 모르니 완치법도 현재로서는 없습니다. 암 같은 다른 분야에서도 손상된 유전자를 수리하는 치료법이 발전 중에 있지만 ASD에 대해서는 워낙 관여하는 유전자가 많아서요, 아직 임상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닙니다. 요즘 뇌파를 이용하거나 뇌를 자극하는 치료법도 시도는 하고 있는데 이것도 임상적으로 효과가 검증된 상태는 아니구요. 그래도 워낙 요즘 다양한 치료법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으니 완치법이 생기길 저도 발달심리학자로써 기도하고 있어요.
치료에 대해서 많이들 하시는 질문 몇 가지에 대한 답을 써보겠습니다.
Q. 완치법이 없다는 건 영원히 치료되지 않는 다는 건가요?
치료가 된다의 정의부터 생각해봐야되는데요. asd를 한 번 진단 받았고 그 게 오진이 아니라면, 지금으로썬 ASD가 완전히 치료된다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다, 저를 포함한 전문가들은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ASD 환자들은 뇌의 경로가 asd가 아닌 사람들과 다르다고 여겨지거든요. 여기서 잠깐 신경 다양성이라는 개념을 소개하고 싶은데요, 아스퍼거나 증상이 약한 ASD 환자의 경우 자기는 보통 사람과 다른 것 뿐인데, 한 마디로 개성일 뿐인데 왜 치료를 받아야 하냐? 라는 당사자들도 계십니다. 치료를 받아야 되는 사람 취급하는 게 기분 나쁘다는 분들도 계세요. 그런데 심한 증상의 ASD 아동들 부모님들 생각은 또 그렇지 않죠.
어쨌든 조기 개입과 치료를 통해 여러가지 증상들을 개선 시킬 수 있다는 건 명확히 입증이 됐습니다. 언어능력은 물론이고요 asd 자녀를 둔 부모님들이 가장 상처 받아 하시는 게 자녀와 교감이 안 된다는 건데 그런 교감능력과 사회성까지도 개선이 될 수 있습니다.
즉 치료를 하는 목적과 기대치가 정상 발달로의 전환이라면, ASD의 주요 특징들을 완벽히 소거하는 것이라면 그건 불가능하다. 아직은 현대의학과 어떤 기법으로도 완전히 고칠 수가 없는 게 맞지만요. 지금보다 더 기능이 좋아지게 하는 건 가능합니다. 발달 장애 치료의 목표는, 이 아이의 잠재력을 최대한 끌어내보자 입니다. ASD에서 스펙트럼이라는 단어가 들어있잖아요. 자폐여도 중증도가 다 다릅니다. 치료를 전혀 안 받아도 정상발달아동과 크게 다르지 않은 아동부터, 증상이 심해서 항상 보호자가 붙어 있지 않으면 안 되는 아이까지 범위가 넓어서 스펙트럼이라는 단어를 병명에 쓰는 거에요. 주어진 조건에서 치료를 통해 최대한의 상태로 만드는 게 치료의 목적이에요. 어떤 아이는 매우 드물지만 일론머스크나 우영우처럼 천재성을 발휘 하기도하고, 어떤 아이들은 결혼도 하고 취직도 하며 일상생활을 다 누리기도 해요 아마 특이한 사람이라는 평가 정도는 받을 수 있겠지만요. 하지만 어떤 아이들은 말이 트이는 게 목표거나 보호자가 항상 안 따라다녀도 되는 상태를 만드는 것 즉 자조(self-reliance)가 치료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애초에 출발선이 다 다른 상황에서 그 아이의 최대한도를 이끌어보자라는 게 치료의 의의에요.
아까 말했던 첫번째 ASD 환자였던 도널드 트리플렛은 너무나 전형적인, 심한 증상의 ASD 아동이었고요 그랬으니 첫번째 진단의 대상이었겠죠. 그런데 이 분은 대학도 나오셨고 아버지 회사이긴 했으나 직업활동도 은퇴 나이까지 했었고 취미도 사교활동도 하시면서 적지 않은 나이에 돌아가셨어요.
Q. 주변에 보니깐 약을 먹는 경우도 있던데요? 그건 뭔가요?
그건 정확히 말하자면 ASD 자체를 위한 치료라기보다는 동반하는 증상을 위한 약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ASD 아이들은 동반하고 있는 질환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ADHD나 우울증 불면증 같은 정신과적 질환부터 변비 같은 소화관 질환까지요. 이런 동반질환들이 ASD 증상 자체도 더 심화시키기 때문에 약물로 조절을 해야합니다.
Q. 완치는 안 되도 증상을 좋게하는 치료법은 있다는 거군요. 그럼 그런 치료법들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언어치료, 사회성 치료, ABA치료, 작업치료 등이 그 효과가 검증된 치료들로 알려져 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모든 ASD 아동들이 어떤 형태든 언어발달 지연을 겪고 있고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느끼기에 언어 치료가 효과적이고요. 언어치료는 꼭 받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그리고 한 유명한 심리학 교수님이 고안한 치료법인데요 아이들의 행동 수정을 목표로 하는 ABA 치료도 그 효과가 검증됐습니다. 또 사회성의 개선을 위해 다른 사람과 관계 맺는 법을 익히게 하고 상호작용의 구체적인 기술들을 배울 수 있도록 놀이치료나 사회성 치료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구요. 작업 치료를 통해 지연된 운동 능력, 자기 조절력, 일상생활에 필요한 기술을 배우고 감각과 관련된 어려움을 다루는 것도 효과가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감각통합치료의 효과는 제한적으로 검증되었으나 감각을 처리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는 ASD아동에게는 감각통합 치료가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약이라든지 침 같은 한의원 치료, 각종 대체의학, 식이요법, 모두 검증이 되지 않았습니다. 부모님들께서 마음이 많이 어려우신 상태고 현대의학에서 완치가 어려우니 다른 대체 치료도 많이들 생각해보세요. 맘은 이해하지만 검증된 치료 위주로 받으셔야 된다고 말씀드립니다.
마무리
2020년 미국 연구에 따르면 ASD의 유병률은 36명당 1명, 3%에 육박해요. 우리나라에서 연구 에서도 2%가 넘는다고 알려져 있는데 전 미국 처럼 3% 정도일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점점 유병률도 올라가는 추세구요.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ASD의 영향을 받죠? ASD 아동들이 겪는 사회적인 어려움이 일생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고려할 때, ASD의 위험성을 빠르게 발견하고 조기에 발달상의 어려움에 개입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합니다.
사실 ASD는 굉장히 사회적인 질환입니다. 왜냐면 이 질환은 혼자서 해결할 수가 없어요. ASD 아동이 평생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들이 한 가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입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 현실을 보면 ASD 자녀를 가진 부모님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회적인 제도도 여러모로 부족한 실정이고, 부정확한 정보를 확산 시키거나 부모님들의 불안감을 돈벌이로 이용하는 사람들도 볼 수 있고, 특히 제가 안타까운 건, 사회 전반적으로 발달 장애 아동과 그 가족들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이해와 지지가 많이 부족해요. 가뜩이나 아이의 발달 문제로 힘드신 부모님과 아이들을 더 힘들게 만드는 것 같아요. 미국 같은 경우는 발달장애 아동 관련 법안과 시스템이 굉장히 정비가 잘 되 있어서 물론 거기도 쉽지만은 않겠지만 한국 실정에서 보면 부럽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저는 그래서 우리 사회 전반적으로 ASD와 발달 지연 및 장애에 대한 인식과 배려가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단순히 아이를 가진 부모님들 뿐만 아니라 저와 같은 관련 전문가들, 행정가들, 교사들, 정치인들, 그리고 사회 구성원들 모두가 ASD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미래로 나아갔으면 좋겠습니다.
위 내용은 유튜브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32YULXAWfcU
https://www.youtube.com/watch?v=w3WAX6EsuBY&t=8s